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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박사의 추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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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신량 작성일13-10-14 11:28 조회5,2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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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고향을 다녀오며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입추도 훨씬 지났지만 아직 더위는 말끔히 가시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듯,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은 더없이 높아만 간다. 가을이다. 그리고 추석이다. 예전에는 추석에 고향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막 서울에 올라갔을 때만 하더라도 추석에 고향을 찾기 위해선 동서울 터미널까지 지하철로 가서,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는데 예매라도 해 놓지 않으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그 당시만 해도 문경세재 고개를 넘어, 차라도 막히면 7~8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사정이나 도로 환경이 그 때와는 달라 훨씬 편하게 고향에 오게 되는 것 같다. 주위를 보더라도 고향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성좌원의 추석은 사실 친지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다. 함께 어울려 특별한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마냥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도 친척들이 방문하면서 가져온 음식이나 과일을 이웃집과 나누는 일은 늘 한결같이 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동네 선후배들을 보기도 했는데 시간이 감에 따라 서로 보기도 힘들고 연락도 잘 안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 서로 삶이 바쁘고 그만큼 관심도 사그라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건 바로 확 변해버린 성좌원의 환경이다. 성좌원은 2000년대 현대화 사업을 벌이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크게는 예전에 동촌이라 불리던 지역이 완전히 사라졌고, 남은 지역도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물론 환경도 좋아지고, 깔끔하게 탈바꿈 것이 좋긴 한데 여기엔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건 뭐냐면 바로 이전에 알던 동네 선후배의 집이 어디인지 도통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이게 또 헷갈린다. 아파트란 것이 생긴게 거기서 거기고 게다가 자주 고향에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집이 2층이었는지 3층이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어쨌든 이건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이런 부분도 서로에 대해 소원해지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그렇지만 현대화 사업이 가져온 의외의 변화도 있는데 그건 바로 옛 동촌지역에 생겨난 공터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지런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어서인지 그냥 남아도는 빈 땅을 가만 두고 볼 수는 없나 보다. 거기에 뭐라도 심어야 적성이 풀리고 그래서인지 그 곳은 오래 전부터 각종 농작물을 키우는 밭으로 탈바꿈하였고 각종 작물들로 무성하여졌다. 예전엔 동네에서 주로 돼지를 키웠다. 그런데 추석이라고 그 돼지가 어떻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돼지는 사시사철 늘 한결같다. 늘 한결같이 꿀꿀이 죽만 먹는다. 그러니 추석이라고 해서 뭐 달라지는게 있겠는가. 기껏해야 몇 마리 끌려가서 도살당한 후 명절 상품이 될 뿐이다. 하지만 밭이 생기고 나서는 좀 달라진 것이 있다. 우리 어머니도 거기에 뭘 잔뜩 심어 놓으셨다. 예전에는 땅콩과 깻잎, 고추 등을 키우시더니 요즘에는 토마토, 고구마, 상추 등등 종류도 더 다양해져 간다. 물론 난 고추에 농약 한번 친 것 외에는 별로 도와 드린 일이 없지만 집에 올 때마다 그 농사의 결실을 조금이나마 맛보고 있다. 지난 여름에 집에 왔을 때는 농약도 안치고 유기농으로 키운 거라고 하시면서 토마토를 먹어보라고 주셨는데, 생긴 게 별 볼품 없어 그러려니 했지만 먹어본 순간 슈퍼에서 사 먹던 토마토와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밭에서 갓 딴 상추, 직접 키우고 볶아 만든 땅콩 등.. 자연이 주는 결실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추석은 이런 것들이 있어야 추석다운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들일 뿐이고, 추석 즈음이면 일상의 한자리를 늘 차지하던 일이 한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꿀밤(도토리) 줍기이다. 예전에 가을이면 참 열심히도 꿀밤을 따러 다녔다. 손에 망치 하나 들고 이 산 저 산 돌아다니면서 망태에 한아름씩 도토리를 주워담으면 마음이 뿌듯해지곤 했는데 지금도 도토리는 이 산 저 산에 주렁주렁 잘도 달린다. 값도 꽤 나가서 키로 당 2,000원 정도, 많게는 3,000원 까지도 받을 수 있다. 이번 추석에도 장에 나가 도토리 두 보따리 팔고 왔다. 도토리가 좋은 점은 손으로 키운 돼지나 밭작물을 팔면 그건 수고의 대가이지만, 도토리는 공짜라는 점이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니고, 저절로 잘도 열린다. 단지 줍기만 하면 내 것이 된다. 추석에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실이다. 자연의 풍성함이다. 하나님의 은혜이다. 언제부턴가 게을러져서 도토리를 주우러 다니지 않고 있다. 도토리는 저 산에 지천으로 널렸는데 말이다. 마음이 부해져서일까? 내 삶에 내가 줍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는 또 다른 ‘도토리’는 없는지 추석 즈음에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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